난은 최상의 조건인 자생지를 떠나서 가정에서 배양된다고 하더라도 난에게 적합한 조건만 갖추어 유지시켜 준다면 별 무리 없이 포기수도 증가하고 건강하게 성장한다. 그러나 꽃을 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더군다나 색화를 아름답게 발색시키기란 어려운 일이다. 흔히 색화의 색소는 햇빛과 온도, 비료 등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들 환경 요인이 각 색소의 성질에 어떠한 작용을 하는지를 살펴본다.
● 적화계(赤花系)
적화계에는 홍화(紅花)와 주금화(朱金花)가 속한다. 카로티노이드계(Carotenoid)와 플라보노이드(Flavonoid)의 안토시아니딘(Antocyanidin) 가운데 시아니딘이 적화계의 주색소이다. 꽃의 표층 세포에 액체 상태로 녹아 있어 빛을 받아야만 생합성이 가능한 시아니딘은 산도(pH)에 의해 안정성 여부가 나타난다. 곧 산성에서는 시아니딘 본래의 역할인 적화의 색소가 많이 드러난다. 또한 적화계는 클로로필(Chlorophyll)이라는 엽록소를 소량 포함하고 있다. 모든 색화에 있어서 엽록소는 일정량보다 많을 때 화색을 탁하게 만들고 발색이 불안정하게 된다. 그러므로 적화계를 부드럽고 선명한 화색으로 피우려면 엽록소의 증가를 가능한 억제하는 것이 좋다. 엽록소 억제책은 엽록소의 속성을 이용하면 된다. 섭씨 5도 이하로 떨어지는 저온이나 강광(强光) 아래에서는 심하게 파괴된다. 적화발색을 위해 화통(花筒)을 씌워 엽록소의 생성을 막는다. 그러나 이 방법만으로 모두 아름다운 화색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색소 구성상 햇빛을 받아야만 발색이 가능한 색소가 적화의 인자를 이루고 있다는 모순된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래에는 단순히 차공을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화색을 좋게 하기 위해 차공을 하되 일찍 벗겨 주는 방법을 취한다. 곧 아름다운 화색을 위해 언제 화통을 씌우고 언제 벗겨 내어 얼마만큼의 햇빛을 받게 할 것인가를 연구하게 된 것이다. 화통은 공기 유통이 좋은 지대나 화선지 등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2월 중순경에는 벗긴다. 화통을 벗긴 뒤 강광이나 고온은 꽃망울에 악역향을 끼치니 주의하여 서서히 피워 낸다.
 <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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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화(黃花)
발색이 어렵고 고정성이 약해 자생지를 떠나 인공적으로 배양하면 색화를 피우기가 힘들게 인식되던 황화가 황화다운 황화의 발견으로 애란인들에게 널리 배양되고 있다. 황화를 구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초심자나 색화계의 정확한 성질을 파악하지 못한 경우는 더욱 그렇다. 자생지에서는 분명히 황화였는데 배양해서 꽃을 피우니 녹화가 되는 예가 많다. 우리가 흔히 발견할 수 있는 황화는 광량이 극히 적은 자생지이거나 극단적으로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는 장소이다. 또한 낙엽이나 부엽토로 덮여 있는 곳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강광이 내리쬐는 곳은 자외선이 엽록소를 파괴하므로 일시적인 황화가 나오고, 낙엽 및 부엽토에 묻힌 경우는 미처 햇빛을 받지 못한 채 꽃이 피어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엽록소와 카로티노이드의 색소 가운데에서 자생 환경에 의해 카로티노이드 색소가 일시적으로 증가하면서 훌륭한 황색을 띠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자생 환경에서 우발적으로 발색된 급성의 황화는 환경이 변하면 녹화로 변해 버린다. 급성의 환경과는 달리 성질이나 특성이 명품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황화가 있다. 황화다운 황화 곧 본성의 황화라 불리는 것이다. 급성의 황화와 구별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일까? 본성의 황화가 되려면
첫째, 누가 보더라도 한 눈에 정말 노랗고 아름답다고 공감할 수 있는 황색이어야 한다. 둘째, 시간이 흐를수록 황색의 농도가 짙어지고 주금색의 인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셋째, 배양장의 환경이나 차광 연구와는 상관없이 매년 황색의 꽃을 피우는 선천적인 자질을 가져야 한다. 넷째, 유전적으로 엽록소의 생성 능력이 부족하여 꽃봉오리가 터질 때부터 일관되게 녹(綠)이 없어야 한다.
황화의 발색은 햇빛 관리에 따라 틀려진다. 휴면기에는 화통을 씌워 햇빛이 차단되는 곳에서 동면시킨다. 그러다가 2월 중순경에 화통을 제거하고 햇빛은 부드러운 아침 햇빛을 2∼3시간 쪼여 준다
● 자화(紫花)
모든 자화가 명품이 되려면 본래의 충분한 발색 성질 곧 유전 인자를 가져 대대로 전해지는 안정성을 지녀야 한다. 그러나 자화는 색소의 구성이 불리해서 발색 고정이 힘들다. 자화의 자주색은 감상면에서 볼 때 이중의 색을 낸다. 자화 색소의 모체는 적하계의 모체인데, 이것이 적화처럼 발색되지 않고 흑자색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적화보다 시아니딘의 함량이 많고 엽록소가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화의 발색을 위한 배양법은 적화와 같이 하는데, 특히 광선과 색소의 균형은 자화에 있어 중요하다. 빛이 있으므로 시아니딘의 형성이 가능해 진다. 또한 차광하면 거의 발색이 불가능해 진다. 흑자색을 내는 데에는 엽록소가 관여하지만 과다 노출이 되면 보기에도 흉할 뿐만 아니라 꽃잎이 끝이나 안쪽에만 발색되는 경우가 많다. 자화 발색이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햇빛을 받아야만 시아니딘이 형성되는 반면 엽록소의 증진을 억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 가지 배양법으로 동시에 두 가지의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이 바로 자화의 명품수가 적은 이유이다.
좋은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꽃잎의 발색 시기인 11월에 온도 관리를 잘 해 주어야 한다. 발색을 위한 겨울철 온도 관리는 꽃봉오리의 엽록소 생성을 억제하고, 충분히 휴면에 들도록 조절해 주는 것을 의미한다. 될 수 있는 한 자연 온도에 가깝게 저온 처리한다. 온도가 높으면 화색이 흐트러질 뿐만 아니라 꽃 모양도 정상적으로 피지 않는다. 그 이유는 휴면기인데 난들이 고온인 까닭에 생육기인 줄 알고 호흡 작용이 일어나 영양 소모가 많아진다. 지나친 영양 소모는 색소 형성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게 한다.
겨울철의 꽃망울 관리는 적절한 습도 유지와 저온이 서로 균형을 이루는 환경 조성에 중점을 둔다. 12월에서 1월의 아침에는 섭씨 2도에서 10도 정도로 유지해 준다. 너무 높은 실내 온도는 습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지므로 포의와 꽃망울을 마르게 한다. 특히 초보자나 난실이 없이 거실 등에서 재배하는 경우는 실내 온도가 낮아 자칫 꽃봉오리가 얼어 버린다거나 냉해를 입을 위험이 있다. 가능한 햇빛을 차단함으로써 완전한 휴면을 취하도록 조치해 주고, 낮과 밤의 격심한 온도차를 줄여 나가야 한다. 지나친 온도 상승을 막기 위하여 한낮에는 난실의 천창과 측창을 열어 통풍, 환기를 시켜주거나 물을 받아 놓는다.
한편 개화할 시기인데도 화경이 조금도 뻗지 않은 채 꽃을 피워 버린 난들이 있다. 적절한 저온 유지로 겨울을 나지 못했을 때 나타나는 결과이다. 일반적으로 꽃망울이 있는 난은 질소 비료를 주지 말라고 한다. 색화는 질소 비료를 주는 것이 문제가 되는데, 그 이유는 생육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질소가 엽록소를 생성시켜 화색을 탁하게 만들고 불안정한 발색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적화의 경우 질소는 엽록소를 만드는데 필수불가결한 영양 요소이지만 발색에는 안 좋은 요인이 된다.
그러나 휴면기를 마치고 점차 활동을 시작하는 2월 하순이 되면 영양 공급을 해 주는 것이 좋다. 이때는 하이포넥스 3,000배액이나 메네델 200배액을 10일 간격으로 관수할 때에 준다.
일반적으로 겨울철이 되면 휴면기이므로 물 주는 횟수가 매우 줄어든다. 아파트나 가온을 하는 난실에서는 분토가 쉽게 마른다고 물을 자주 주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반드시 꽃대를 상하게 한다. 물주기의 간격은 관수와 관수 사이를 넓게 잡는다. 이때 주의할 점은 꽃대가 마르지는 않았는지 가끔 화통을 벗겨 관찰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