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직장일로 몇년의 해외생활을 하다가 귀국하여, 요즘 당혹감을 느낄 때가 한두번이 아니랍니다.
요즘 뉴스를 보니 총선 선거율이 50%대에 간신히 이를 것 같다는 선관위의 조사가 있었다는군요. 제가 투표를 한들 그것이 바뀌겠읍니까? 그래도...라는 생각이 자꾸 뒷머리를 간지럽게 합니다.
지난 토요일 저녁, 부모님 뵈러가는 길에 들은 라디오 토론 프로그램의 패널로 출연하신 모 교수님의 말씀이 제 마음을 치는군요.
휘발유 가격은 관심이 있으신가요? 아이들 입시는요? 집안 어른들 모시기는 마음은 있어도 경제적인 능력에 부치지는 않던가요? 내 아이의 통학길이 불안하지는 않던가요 ? 집 값은요? 이런 일이 정치라는 것들을 모르는 무식한 유권자들이, 자기가 조금 불편하고 피해볼 듯하면 입에 거품물고 남의 탓만하는 무식한 유권자들이, 일 열심히 했던 안했던 평가 없이 그냥 찍어대는 우매한 유권자들이 이 나라 정치를 난장판으로 만드는게 아닌가.... 뭐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네 생활이라는 것이 점점 내 마음과 같지않은 다양한 의견과 환경을 마음에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야 상식이겠지요. 그러나 그 놈이 그 놈이야라는 자조섞인 한탄에는 그 놈이 그 놈인 유권자도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가슴 아픈 현실을 위의 모 교수께서 듣기 거북한 어조로 말씀하신 건 아닐지요.
정치란 것이 사회의 여러 이익이 상충되는 갈등을 대신 싸워주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때, 눈살 찌뿌리게 하는 난장판 국회를 보면서도, 제가 살고 있는 사회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그만큼 나타나는 갈등을 성장 속도에 맞추어 격렬하게 조율하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으로 이해하면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읍니다.
요즘은 그것을 핑계로한 정치적 무관심이 선진국 닮아가는 지표중의 하나인 것 처럼 우기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공부할 때 일등하는 친구 흉내내는 친구가 일등하는 거 보셨는지요? 저는 선진국이란 자신만의 비결을 스스로 만들어가면서 가는 것이 선진국이라고 생각하네요. 그래서 요즘 기업마다 하는 것이 창조성 강조이고, 교육도 창조성 운운하지 않던가요? 더군다나 성장과정이 판이하게 다른 우리네 사정이야 두말할 것이 없겠지요.
벤츠를 타려해도 도로가 엉망이면, 그야말로 우스꽝스러운 일이 될 겁니다.
저는요...해외 생활하면서 아이들에게 우리나라가, 우리 국민이 얼마나 멋진지 너무 많이 이야기해 버린 듯 합니다. 제가 그만 아이들에게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렸네요.
다시는 무식한 유권자라는 말 듣고 싶지 않습니다. 먼 훗날 제 아이들이 의젓하게 머리가 커서 묻겠지요. 아빠는 그 때 뭐했어? 제가 쓰는 별명이 멋진아빠인 것처럼 그 때에는 멋진 대답이 있어야 될텐데....
혹시 다음에 신문기사에 놀고 먹으며 줄만 서는 국회의원, 난장판 국회, 비리 의원...어쩌구 나오면.... 그들이 아닌, 우리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서로에게 네놈이 그놈이었어라고 하는게 그나마 더 무식한 모습을 숨기는 최소한의 염치가 될 듯합니다 .....
무식한 유권자가 무식하게 끄적인 글입니다. 넘 심각했다면 죄송....
( 2008. 4. 7. 덕소사랑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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