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푸른 다뉴브강과 중세의 모습을 간직한
낭만 여행지로 각광받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동유럽을 찾고 있지만,
정작 그곳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많지 않다.
왜 하필이면 그곳에서 인류 최악의 야만인 유대인 학살이 일어났는지,
왜 그곳에서 그토록 많은 전쟁이 발생했는지, 왜 그곳은 낙후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들의 왕궁에서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말이다.
그들의 역사는 놀랄 정도로 우리와 닮아 있다.
총칼로 남의 땅을 빼앗고 원주민을 학살하는 침략자 서유럽의 야만의 얼굴이 아니라,
넓은 평원에서 옥수수와 해바라기를 기르며,
가진 것에 만족하고 신을 경외하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농부의 얼굴이다.
그래서 그들은 늘 침략에 시달렸다.
나라를 빼앗긴 적도 많고, 인구의 대다수를 잃은 적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꿋꿋이 견뎌왔다. 그리고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다.
외세가 쳐들어와 부수면 또 짓고, 부수면 또 지었다.
그래서 그들의 문화가 더 아름답고 소중하다.
우리에게 익숙한 가해자 중심의 역사에서 한발 물러나 피해자의 역사를 더듬는 것은,
균형 잡힌 역사관을 가지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그것이 아픈 역사를 가진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누구나 동유럽 땅에 발을 디디면 ‘아! 낭만적이다’라고 생각한다.
여행자들은 그 ‘낭만의 길’을 따라 경치를 보고 건축물을 보고 사람을 본다.
그러나 그 낭만의 길에는 ‘야만’이 숨겨져 있다.
천년고성과 예배당에도 낭만과 야만이 동시에 존재하고,
커피 한 잔과 빵 한 조각에도 낭만과 야만이 교차한다.
그것이 동유럽의 역사다.
- 책 [낭만의 길 야만의 길, 발칸 동유럽 역사기행] (이종헌 지음) 중에서 -
낭만의 길 야만의 길 발칸 동유럽 역사기행
[저자 심층 인터뷰] 이종헌 특파원의 '발칸 동유럽 역사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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