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대학교

다(多)전공 제도 시행 10년, 결과는?

bhrho 2008. 3. 4. 13:45
다(多)전공 제도 시행 10년, 결과는?
'전공 시너지 효과'와 '학위 세탁'의 불안한 동거
김주민 인턴기자 기자, 2008-03-02 오후 2:02:40 
 
요즈음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A교수는 두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 첫 번째는 이중전공을 하는 학생들이 자신의 과목을 많이 수강했다는 ‘행복한 고민’. 두 번째는 이중전공자들의 수업 이해도에 대한 ‘불안한 고민’이다. 이번 학기 A교수의 강의를 듣는 학생 중 이중전공자는 50명이다. 하지만 그 중 상당수의 학생들은 수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A교수는 “학생들은 학점 채우느라 바쁘고, 내가 가르치는 전공은 학점을 따기 위한 과목으로 전락해버렸다”고 한탄했다.

▶ 학문의 기대주, ‘이율배반’의 함정에 빠지다

다(多)전공 제도에 대한 학생들의 수요는 꾸준히 늘었다. 학생들의 관심 대상은 크게 두 가지다. 제1전공과 제2전공을 함께 이수하는 이중전공(Double-Major)과 제1전공을 이수한 후에 제2전공을 이수하는 복수전공(Dual-Degree)이다. 이들 모두 시행 초기에는 경쟁력 향상을 위한 기대주였다. ‘멀티 플레이어(Multi-player)’의 탄생에 대한 학생과 교수의 기대도 컸다. 이를 충족하기 위해 현재 전국의 거의 모든 대학이 이 제도를 필수(또는 선택)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거의 10년 넘게 인기를 구가한 이 제도는 부작용으로 신음한다. 최대 강점이자 아킬레스건인 ‘학위의 인정’ 여부 때문이다. 이중전공은 하나의 학위에 제1전공과 이중전공이 함께 기재된다. 고려대의 경우 복수전공은 두 전공의 학위증명서가 완전히 따로 발급된다. 최근 들어 이중-복수전공으로 경영학사, 정치학사 같은 상경, 법정계열 학위를 취득하려는 학생들의 수가 부쩍 늘었다. 특정 학위를 취득해서 취업에 유리한 ‘학위 세탁’ 수단으로 삼기 위해서다.

고려대학교 교무지원부에서 공개한 ‘06, 07년도 교내 이중전공 지원현황’을 보면, 지원자들이 소수 학과에 편중되어 있다. 고려대 학적-수업지원팀의 한 관계자는 “취업 때문인지 매년 경영대와 정경대쪽에 (다전공)지원자가 많다”며 “문과대, 이공계는 지원자가 거의 없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교육 공급자는 학문 간 연대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노렸다. 하지만 정작 수요자는 제도의 맹점만 이율배반적으로 파고들었다.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엇갈린 사인(sign)이 ‘인문학, 이공계 위기’를 부추긴 꼴이다.

▶ “이 길이 아닌가벼?”

다전공 제도의 또 다른 문제점은 성급한 학과 선택으로 인한 학생들의 부적응이다. 경희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복수전공하는 김용식(가명, 23세)씨는 수업에 들어가는 게 겁난다. 김씨는 “평소 음악을 좋아해서 신문방송학과에 지원했는데 생각과 다르게 수업이 너무 어렵다”고 말한다. 그는 “공부를 해보니 적성과 맞지 않고, 평점도 떨어졌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김씨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합격한 것에 대한 미련이 남아 복수전공을 포기할 수도 없었다고 한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복수전공)에 다니는 이유진(여, 23)씨는 “다전공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최대한 줄이려면 선발 방식부터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제도의 보완에 대해서 이씨는 “다전공 신청 때 전공과 관련 된 간단한 시험을 치르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다전공 제도를 잘 활용한다면 다양한 분야의 인재풀(pool)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취업난과 맞물려 그 취지와 전혀 다른 수단으로 변질되었다. 취업에 유리한 특정 학위만을 원하는 학생과 상경계열 학위만 우대하는 기업이 이런 기현상의 촉매 역할을 했다. 다전공 제도를 학생에게 무조건 장려하기보다는 각 학교가 제도의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는 보완책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다.

프리존뉴스 김주민 인턴기자 (jhun2001@freezonenews.com)
 
2008-02-29 오후 8:05:57 © 프리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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