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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벳 키워드를 잡자 / 트렌트앤이슈

bhrho 2011. 8. 9. 16:41

알파벳 키워드는 그 시대의 사회적 상황이나 중요시되어지는 것, 그 사회 구성원들의 가치관을 반영하면서 우리문화의 상징키워드이자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으로서 자리잡아 가고있다.
이번 시간에는 알파벳 순서로 크게 사회에 반향을 일으켰던 키워드를 살펴보고, 새로운 가능성을 점쳐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 인터넷이 활성화 되면서 등장한 키워드로 서버상에 존재하는 자신의 메일주소를 나타내주는 연결고리이다. 초기에는 단지 메일주소상이나 자판에 불필요한 문자정도로 볼 수 있었던 것인데, 점차 순수알파벳 ‘a’를 대체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mail]이나 SK[I@m], 천리안[@골뱅이]등이 대표적인 예로, @의 유행은 그 후에 다양한 골뱅이문자 등장의 시금석이 되었다.

e. @이 인터넷의 초기 상징기호로 작용했다면 골뱅이‘e’는 기업들의 상표권 논쟁에 휩싸일 정도로 독특하면서도 파워풀한 키워드로 성장했다. 컴팩코리아의[e-코리아], [e편한세상], [e파란], [Lge숍], SK텔레콤의 [e-스테이션], 삼성카드의 [e-머니], [e-postop] 등 많은 브랜드들인 골뱅이’e’를 사용하고 있다. 전자식(electronic)이란 의미에서 사용된 이러한 ‘e’키워드가 붙은 이름들은 이제는 범용화되어 식상한 느낌마저 들지만, 아직도 ‘e’키워드의 파워는 막강하다.

I. 20세기가 산업사회라면 21세기는 정보화사회(혹은 정보사회)로 규정되어 지는데, 이 과정에서 새롭게 부각된 키워드가 ‘I’이다. 정보화사회가 90년대 핵심키워드로 떠오르면서 ‘I’는 information, internet, interactive의 상징으로 ‘T’와 함께 기술적 진보의 의미를 함축하였다. 최근에는 기존의 의미에 덧붙여 ‘Innovation’(예: 현대건설)과 ‘나(I)’라는 Identity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미국 ‘머큐리뉴스’의 새너제이발 보도에 따르면 ‘i’를 사용한 이름 가운데 대표적인 것으로는 아이필름닷컴(iFilm.com)과 아이빌리지닷컴(iVillage.com) 등을 꼽을 수 있다. 또 아이-드라이브닷컴(i-drive.com), 아이모터즈닷컴(iMotors.com), 아이카움바닷컴(iCARumba.com) 등도 이 범주에 포함된다.

M. 인터넷과 핸드폰이 범용화되면서 이둘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가 생겨나게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M-commerce(무선전자상거래)이다. M-commerce는 휴대폰 등 이동 장비가 컴퓨터보다 훨씬 더 폭넓게 보급돼 있기 때문에 형성될 수 있었다. Mobile 기능은 의사소통은 물론 각종 거래 등을 더 빠르고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Mobile 기능을 브랜드 네임에 직접적으로 표현한 회사는 한국통신으로 사명을 한국통신엠닷컴으로 이동전화 브랜드명은 [M018]로 바꿨다. ‘M’키워드는 Mobile, Multimedia, Millennium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N. 90년대 말부터 가장 유행한 키워드를 들라면 ‘e’와 함께 ‘N’을 들 수 있다. ‘N’은 ‘N세대를 대표하는 알파벳으로 98년 미국 정보사회학자 돈 탭스콧의 저서 ‘디지털의 성장:네트 세대의 등장’(역서명 N세대의 무서운 아이들) 출간 이후 사회학계는 물론, 기업의 마케팅 관련자들에게 일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 이후 ‘N’은 21세기의 새로운 소비세대로 떠오른 ‘N’세대를 잡기위해 많은 브랜드에서 사용되었다. 한국통신프리텔은 PCS016에서 [n016]으로 바꿨으며, Sk는 Mobile 서비스브랜드를 [ntop]으로, LG정보통신은 휴대폰 브랜드 [T22N]을 내놨다. ‘n’은 network 중심의 세대인 net-generation을 의미하면서도 동시에 No라고 말할 줄 아는 기존 세대와 다른 새로운 가치관을 지닌 세대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Na]라는 브랜드도 자신만의 identity를 가진 세대를 표현한 ‘N’키워드를 이용한 대표사례라 볼 수 있다.

T. Technology의 상징 키워드인 ‘T’ 정보화사회에 대한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I’와 함께 널리 활용되었다. 기술발전, 첨단 기업 혹은 브랜드의 상징으로 사용되던 T는 세기말 환경에 대한 관심 증대와 함께 조금씩 자취를 감추었다. (환경컨셉을 지닌 엔크린과 기술컨셉을 지닌 테크론의 브랜드 성공과 실패사례) 그러나 최근 다시 T바람이 일고있다. 지금의 ‘T’는 T-commerce에서 온것으로 T-commerce는 컴퓨터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이커머스(E-Commerce)’, 휴대전화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엠커머스(M-Commerce)’에 반하는 개념으로 TV가 새로운 경제모델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말한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사용되는 ‘T’키워드는 전혀 다른 의미에서 가요계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TJ장혁, 3인조 여성그룹 티니, 티지, 티키, 심지어 틴틴파이브 조차 ‘T’라는 키워드를 강조하고 있는데, 이들이 사용하는 ‘T’는 기술적 진보의 의미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다름, 튄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연예계에서 ‘T’는 이미 너무 보편화 되어 버렸다.

X. 신세대와 구세대 논쟁 이후 등장한 ‘X’는 세대를 상징하는 키워드의 하나이다. X세대는 서구화, 자기중심주의, 감각주의, 권위부정 등의 특징을 지닌다.
'X세대' 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3년 11월. [트윈X]라는 화장품 광고를 통해서였다. 말하자면 상품 판매를 위한 광고 전략용이었다. 동시에 광주 민주화운동이나 6.29 같은 정치적 소용돌이를 겪지 않은 세대를 지칭하기도 했다. 이제 ‘X세대’라는 말은 예전의 명성을 잃었고, 대신에 새로운 상징키워드 ‘X’ 로 부활했다. extra, excellent, exciting, extreme, experience등의 의미를 함축하여 등장한 ‘X’브랜드를 살펴보면, 현대자동차 브랜드인 [그랜저 XG], [아반떼 XD], [트라제 XG] 와 LG전자의 디지털 TV브랜드 [Xcanvas] 등과 같이 고급감과 규모감에서 ‘X’를 사용한 경우, 드림라인의 인터넷 서비스 [Dreamx], 웰랩의 ASP솔루션 브랜드[Xtrue] 처럼 첨단기술과 신속성의 의미에서의 ‘X’ 등이 있으며 가장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com)의 내년 하반기 출시 예정인 신형 비디오 게임기 [X박스]와 같이 첨단성과 궁금증을 일으키는 요소로서 사용된 경우가 있다. 이처럼 ‘X’의 생명력이 지속되는 것은 ‘X’가 미지, 미래, 불확실성의 상징으로서의 의미가 강하기 때문이다.

Y. 는 ‘X’, ‘N’과 함께 세대를 상징하는 키워드이다. ‘X세대” 이후에 등장한 ‘Y세대’는 나름대로 저항의 이미지를 안고 있던 x세대와 달리 소비와 유행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업적 성격을 갖고 있다. ‘X세대’라는 세대논쟁이후 10~20대 학생들이 핵심 소비자층으로 떠오르면서 기업체들은 이들의 소비적 속성을 강조하면서 기업 마케팅 전략의 타깃으로 삼았다. ‘Y세대’는 베이비 붐 세대의 자녀며, 99년을 기준으로 13세에서 18세가 주축이었기 때문에 '1318세대' 라고도 한다. 그러나 ‘Y’는 그리 널리 활용되지 못한채 정보활용력의 상징인 ‘N’에게 자를 물려주어야 했다.

Z. 가장 최근에 등장한 세대를 상징하는 키워드 ‘Z’는 일명 트윈세대(Tweens)세대를 일컫는다. 지금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트윈 세대'(Tweens)가 마케팅 대상으로 주목받으면서 트윈스 상품이 뜨고 있다. 트윈 세대란 키드(어린이)와 틴에이저 사이에 낀 세대를 일컫는 말로, 서양에서는 통상 8~14살을 일컫지만 성장단계나 정서적으로 차이가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10~16살 정도가 이들 그룹에 포함될 수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이들을 겨냥한 판촉기법 'Z마케팅' 개발이 한창이다. 이 기법은 Z세대가 많이 소비하는 제품에 알파벳 Z를 넣어 이름을 짓는 것으로, 영어 문법을 무시하고 단어의 끝에 복수형인 's' 대신 'z'를 써서 제품 이름을 짓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드림윅스의 애메이션 [Antz]는 ‘s’대신 ‘z’를 사용하였다. Z마케팅은 과자나 음료에서 영화제목, 팝그룹 이름, 자동차 모델이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미국에선 최근 이런 특성을 겨냥해 단어의 첫 글자에 'Z'를 넣어 [Zuniversity.com], [Zwhirl.com] 등으로 이름지은 전자상거래 인터넷 사이트도 잇따라 등장했으며, [Lost Boyz], [Jay-Z], [Young bloodz] 등의 이름을 가진 팝그룹이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과자회사 프리토레이는 [Frito Racerz] 란 자회사를 설립하였다. 이처럼 ‘Z’키워드는 미국의 ‘N’세대 이후 신세대를 대표하는 상징키워드로 부각되고있다.

이처럼 각 시기별로 중요시 했던 가치나 세대의 특징을 바탕으로한 알파벳 키워드는 모든 세대를 걸쳐 통하는 가장 파워풀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되었다. A, E, I, M, N, T, Y, X, Z 등의 키워드 외에도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키워드를 발굴하는 것은 가장 파워풀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키워드를 창출하는 것일 것이다. 모토로라가 기존에 상용화 되지 않던 ‘V’키워드를 사용한 ‘V.’으로 브랜드 아이덴터티를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는 것처럼. 남은 알파벳 키워드에서 우리가 보지 못한 상징성을 찾아 파워풀한 키워드로 성장시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김은경(전략기획사업부/팀장)

 

이 글은 2000년 10월 4일 브랜드리포트 (www.brandreport.com) 에 게재된 글입니다.